물린 상처는 일반 상처와 전혀 다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당뇨 등 내과적 지병이 있거나 고령층에서는 순식간에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상처 감염이 있더라도 패혈증으로 진행되지 않게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베인 상처와 찔린 상처는 입구의 크기와 깊이에서 차이가 있다. 베인 상처는 피에 의해 들어온 세균이 씻겨나가지만, 찔린 상처는 세균이 배출되기 전에 입구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염도 더 잘 일어나는 것이다.
물린 상처는 칼에 찔린 상처와 동일하게 입구가 작고 깊이가 깊다. 그런데 칼과 달리 동물의 이빨에는 '혐기성 세균'이라는 공기를 싫어하는 세균이 있다.
혐기성 세균은 상처 입구가 막히거나 상처를 봉합한 경우 더 잘 자라난다. 동물에게 물린 경우 여러 개의 혐기성 세균이 동시에 자라게 되므로, 일반적인 호기성 세균에 듣는 세파계 항생제로는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 겉을 아무리 소독을 잘해도 속에 들어있는 세균을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몇 가지
1) 광견병 예방주사
이 주사는 기본적으로 동물이 맞는 것이기에 개나 고양이에게 물린 경우 반드시 예방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광견병 예방 주사의 유효기간은 1년이므로 2년 전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은 개는 안전하지 못하다. 키우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겐 반드시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혀야 한다.
유기견이나 야생동물에게 물렸을 경우 당연히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동물의 침을 통해 감염되므로 물렸을 때 감염될 확률이 높지만, 꼭 물리지 않아도 상처가 동물의 침에 노출된다는 조건이 성립되면 발톱에 긁힌 상처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직업 상 동물에게 물릴 확률이 높다면 사람도 광견병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이 권장된다. 물론 맞고 싶다고 해서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것은 정부의 희귀-필수 의약품센터에 문의) 야생동물에게 물려 광견병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경우 병원 진단서를 받아 환자 본인이 희귀-필수 의학품 센터에서 직접 구입해 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약품은 베로랍이라는 수입 약제로, 하나에 현재 65,000원(의료보험 적용)이다. 예방적 주사는 총 3회 접종을 해야 하며, 이미 물린 경우 총 5회가 필요하다.
보다 심각한 경우 캄랍(주)라는 면역 글로부린을 1회 주사해야 한다. 이는 백신을 통해 항체 생성을 기다릴 수 없는 심각한 상황에서 예방적으로 투약하는 것으로, 아래 기술할 파상풍에서 같은 방법으로 면역글로불린을 투약하는 치료가 있다.
2) 파상풍 예방주사
일단 발생하면 매우 치명적이고 치료가 어려우므로 당연히 동물에게 물린 깊은 상처는 파상풍에 대한 예방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맞는 주사는 Hyper-Tet(테타불린 등 상품명은 여러 가지 존재)라는 파상풍 면역 글로불린으로, 예방 접종이라기보단 이미 감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환자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불확실할 때 투약하는 것으로 항체를 직접적으로 주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예방접종은 약한 항원을 주사하여 우리 몸에서 항체를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미 상처가 생겼고 파상풍균이 들어왔다면 우리 몸이 항체를 만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사를 맞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지만 감염되더라도 증세가 완화 될 수 있으므로 맞아야 한다.
따라서 최근 5년- 10년 이내에 파상풍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을 경우 (대부분 어릴 적에 맞은 이후로 안 맞은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는 11-12세에 추가 접종하고 이후 10년마다 맞도록 되어있다) 상처가 깊거나 크게 생겼을 때 맞는 게 좋다. 모든 상처에 맞을 필요는 없지만 (모든 상처에 이 주사를 주면 의료보험에서 삭감을 당한다.) 문제는 상처가 경미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므로 정기적으로 파상풍 예방접종을 맞아주는 것이 좋다.
이 주사는 상처가 나면 가능한 빨리 맞는 게 좋다. 늦게 맞을수록 효과는 떨어진다. 파상풍 잠복기(1일-수개월)가 길기 때문에 늦게라도 맞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자주 다치는 사람이라면 앞서 말한 대로 10년 주기로 Td 백신을 맞는 것이 상처가 날 때마다 Hyper-Tet를 맞는 것보다 더 낫다. (hyper-tet는 3주정도 까지만 방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3) 물린 상처는 씻어야 한다
물론 생리 식염수로 씻는 게 가장 좋겠지만, 안 되면 수돗물로라도 씻는 것이 좋다. 비누가 광견병 등의 균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므로 아프더라도 비누로 씻으면 더욱 좋다. 시간은 5분 정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씻어야 한다.
피가 몸 안에 들어온 세균을 배출하는 기능을 하므로 피는 충분히 흘려내야 하며, 상처의 소독에는 가급적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보다는 포비돈이 가장 좋다.
4)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한다
물렸다면 아무리 겉을 소독해도 이미 내부에 침투한 세균까지 죽일 순 없다. 반드시 적절한 항생제를 투약 받아야 한다. 상처가 심하다면 먹는 약보다는 입원하여 정맥주사로 투약 받는 것이 안전하다.
상처는 바로 봉합하면 안 된다. 앞서 말한 대로 동물이나 사람에게 물리는 경우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혐기성 세균 감염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봉합해야 할 정도의 큰 상처라면 항생제를 투약 후 3~4일이상 지켜보고, 감염의 징후가 없다면 그 때 봉합해야 한다.
항생제의 경우 일반적인 항생제인 세파계열보다는 크라목신과 같은 아목시실린계 복합제나 유나신(박타신)과 같은 암피실린계 복합제가 첫 번째로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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