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냥 도전해보고 싶어서 한 작업.
나는 웹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유명작들만 겉핥기했음.) 그릴 인물을 고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그린 인물은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에 나오는 주인공 '페넬로페'라는 여성 주인공 캐릭터다. 악녀로 오인받지만 '사실은 악녀가 아니었다' 유형이다. 그렇기에 예쁘지만 순한 상은 아니라는 묘사가 나온다.
처음 그려낸 얼굴.
그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셀카 인물보정하듯이 얼굴 보정을 좀 해줘야 한다.
포토샵으로 옮겨서 픽셀 유동화 기능으로 후보정을 한다. 뭐가 달라진 건지 별로 티가 안나는 것 같아도 해주는 게 좋다. 만화면 그런 걸 안해도 된다. 그런데 얼굴이 주가 되는 일러스트의 경우 해주는 게 좋다. 보통은 얼굴 그리면서 자기가 꼭 틀리는 부분이 있다. 그건 정말로 고치기가 어렵고... (한마디로 잘 못그리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워서 3D 모형을 대고 그려도 결국 지좃대로 다 다시 뜯어고치게 된다. 정면 얼굴 그릴 때 깊이감 표현하는게 진짜 어렵다. 얼굴엔 선이든 명암이든 터치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정된 터치 가지고 깊이감이나 비율 맞추는 게 진짜 피똥싸는 과정이다.
표지 일러스트 작가들 존경심이 드는 게 보정으로 이목구비 재배치하는 거 하다보면 진심 정신병 올 것 같다. 왜냐하면 천 번쯤 터치해서 이목구비 배치 다시 해놔도, 원본 보면 '원본이 제일 낫네?' 하는 일이 백 번쯤 생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작업자가 정신병이 오든말든 보정 과정은 필수다.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내야 하는 게 일러스트니까...
이상한 부분이 아직도 눈에 밟혔지만 이쯤에서 '돈 받는 것도 아닌데 걍 하자...'는 마음이 들어버려서 그냥 진행했다.
오버레이 레이어로 색을 부어준다. 흑백 그림에 색을 입히는 과정인데... 이걸 '글레이징 기법'이라고 한다. 글레이징 기법 인터넷에 쳐보면 강좌가 넘쳐난다. 그만큼 말들도 많은데, 쌉 고수 아니면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많고 촌스러우니까 걍 쓰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근데 난 걍 선따고 채색하기 싫어서 썼다.
사실 뭐든 정도正道가 제일 예쁜 거 맞다. 글레이징도 일종의 사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선 하나 더 긋기 싫다고 지우개로 그리는 애들은 꼭 이런거 하게 되고, 그게 사주팔자임.
(물론 엄청나게 발전시켜서 이걸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도 많다.)
어쨌든 글레이징 기법은 피나는 후보정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굉장히 어색하고 촌스러워진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서부턴 PC를 끄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보정을 했다.
(진짜 이럴 시간에 터치 넣어가며 채색했으면 애진작에 더 예쁘고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진심 죽어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이때부턴 그림을 완성해보자던 초기 목적과 달리 과정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밝기를 확 밝혀서 고추장스러움을 걷어내주고 명도랑 색상에 차이를 줘서 이리저리 단차를 만들어본다. 원래는 채색 과정에서 터치로 단차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걸로 완성도를 높이면 되는데 그게 없어서 색상에 차이를 줘서 단차를 만드는 지랄을 하는 것이다.
(명도로만 단차가 결정되는 흑백과 달리 색의 세계에서는 같은 명, 채도의 색이더라도 색에 따라 사람이 인식하는 채도와 명도가 다르다.)
색상차이가 좀 많아서 그림이 지저분해 보이길래 색상 간 차이를 줄여서 좀 더 '뽀샤시'하고 깨끗한 느낌이 들도록 해준다. 원래 나는 다소 더러운 그림이 취향이지만... 더러운 느낌은 이 그림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어쨌든 제일 예뻐보이는 게 목적이다.
여러가지 부분이 엄청나게 부족하지만 현타가 와서 이 선에서 끝냈다. 아까 말한 대로 누가 돈을 주는 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미 다른 일로 돈을 벌어먹고 살고 있다. (그림 못그렸을 때 이 변명 엄청 자주 쓴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하기 싫은 과정 다 피하고 꼼수를 써봐도 결국 터치가 많을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돈 받으려면 얼굴 말고도 다른 것도 열심히 그려야 한다. 보석도 목걸이도, 옷 질감 뒤의 배경 등등 여러가지 엄청 많은 것들을...
그리고 세상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돈 안받고도 미친 그림들을 쉭쉭 그려서 하루에 천 장씩 세상에 내놓는다. (이 글을 쓸 때는 사람만 있었는데 이젠 미친 ai들도 나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진짜 너무 많아서 그렇다... 그러니까 무조건 돈 줘야 일한다/돈 안줘도 열심히 일한다/돈 줘도 열심히 안한다. 이 셋 중에서 자신만의 기준 하나 골라잡아서 자기 꼴리는대로 살면 되는 것 같다. 자꾸 남에게 욕을 먹거나 살 돈 없어지면 그때그때 좀 바꾸면 되고...
잡소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사진 보고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처럼 꽉꽉 채워넣고 어둠에 덮이게 하고 싶었는데
그냥 손가는대로 그리다보니 인물 스케일이 너무 제각각
한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잘...
톤 부어보면 또 다르겠지